총 경력 2.6년.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두 회사를 다녔고, 한 번 이직했다.
둘 다 중소기업이었고, 지금은 퇴사한 상태다.
처음 취업할 때만 해도 내가 2.6년 뒤에 프론트엔드 커리어를 멈추고 다른 방향을 고민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은 금융·은행권 IT를 목표로 다시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왜 이렇게 됐는지, 지금까지의 과정을 한번 정리해보려고 한다.
첫 회사 : 일단 취업부터 해보자
2023년 하반기, 첫 회사는 서류전형과 면접을 거쳐 들어갔다.
당시 국민취업지원제도를 하고 있었고, 나는 초봉 3,400만 원 이상이면 갈 의향이 있다고 이야기했었다.
무엇보다 취준이 길어지는 게 싫었다.
'일단 취업하면 뭐라도 되겠지.'
지금 생각하면 이 생각이 컸다.
첫 면접이었고, 첫 합격이었다.
그리고 나는 바로 입사했다.
돌이켜보면 이게 첫 번째 패착이었던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완전히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연봉도 당시 기준으로 나쁘지 않았고, 1년 정도의 경력을 쌓고 나올 수 있었으니까.
다만 회사를 제대로 비교해보거나 내가 어떤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고 들어간 것은 아니었다.
그냥 빨리 취업하고 싶었다.
대한민국 가산디지털단지 IT 중소기업을 제대로 경험하다
처음 회사에 들어갔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건
'회사라는 게 원래 이런 건가?'
였다.
직원은 대략 40~50명 정도였는데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사람이 본부장, 실장을 하고 있고, 3년 차가 팀장이고 1년 차가 대리인 식이었다.
나도 입사하자마자 주임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대한민국 가산디지털단지의 IT 중소기업을 제대로 체험한 셈이다.
회사 자체가 체계적이라기보다는 상당히 즉흥적으로 돌아갔다.
주력 사업은 거의 국가사업으로 연명하고 있었고, 게임 사업도 시도했었다.
그런데 게임 사업이 잘 안 되면서 해당 팀이 통째로 정리됐다.
회사의 기본 골조가 돈을 벌어오는 다른 팀을 압박해서 다시 게임 사업에 투자하는 식이었다.
전체적으로 상당히 동아리 같은 분위기였다.
나쁘게만 말하고 싶지는 않다.
재미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같이 스팀 게임도 정말 많이 했다.
좋은 사람들도 만났고, 내 나름대로 포트폴리오라고 할 수 있는 결과물도 만들었다.
문제는 환경이었다.
가장 크게 느꼈던 문제는 체계가 없다는 것이었다.
요구사항이 문서로 정리되어 오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말로 전달받았다.
디자인도 제대로 정해져 있지 않았다.
그러면 내가 기획하고, 디자인하고, 개발했다.
내가 만든 것이 그대로 제품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처음에는 이런 환경이 오히려 재미있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이 상태로 이직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8개월 정도가 지나면서부터는 본격적으로 이직을 생각했다.
그리고 1년 1개월차에 이직을 성공했다.
두 번째 회사 : 이번에는 괜찮을 줄 알았다
두 번째 회사는 포트폴리오가 꽤 예쁜 회사였다.
수시 지원으로 넣었는데 면접을 보러 오라고 해서 갔다.
그리고 사옥이 정말 예뻤다.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당시에는 이것도 꽤 큰 인상이었다.
디자인 에이전시라서 작업물도 예뻤고, 팀 리더가 외국인 개발자였던 것도 마음에 들었다.
첫 회사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다.
'이번에는 좀 괜찮겠는데?'
싶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개발 체계가 그렇게 탄탄한 편은 아니었다.
결국 업무의 상당 부분이 퍼블리싱 위주로 흘러갔고, 내가 생각했던 '개발자 커리어'와는 조금씩 거리가 생겼다.
결국 두 번째 회사에서도 퇴사를 결정했다.
AI 출범
회사에서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난 시점부터 생각이 꽤 많이 바뀌었다.
적극적으로 사용한건 2025.3월쯤이었던 것 같은데, 한 11월달부터는 업무 기준이 AI 토큰 사용량을 얼마나 했냐 였다.
그러다보니 내 손으로 코드 만지는건 없었다.
AI에게 프롬프트를 입력하고 내가 하는건 트랜지션 애니메이션 감도 바꾸는게 다였다.
가끔 모바일 기기에서 보이는 오류 수정 정도.
모바일에서 font-size 1.8rem 으로 키워주세요. 이정도가 내 업무가 됐다
현타가 잔뜩 왔다
예전에는 프론트엔드 개발자로서 예쁜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DB나 인프라 같은 부분은 상대적으로 등한시했다.
내가 만든 화면이 예쁘고, 사용자에게 보이는 결과물이 좋으면 만족했다.
그런데 실제로 두 회사를 경험하고 나니까 생각이 달라졌다.
나는 결국 기업 네임밸류가 좋은 곳에서 일하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가진 프론트엔드 경력만으로는 내가 원하는 수준의 회사에 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다고 느꼈다.
물론 내가 대기업이나 대형 서비스 회사에 도전해본 것은 아니다.
그런 회사들을 목표로 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수준의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되기 위해 프론트엔드 이론이나 특정 프레임워크에 깊게 투자하고 싶은가?
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봤을 때, 그렇지는 않았다.
그럴 거라면 차라리 백엔드를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다고 프론트엔드가 나쁜 직무라는 건 아니다
프론트엔드라는 직무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프리랜서 시장에서는 프론트엔드가 상당히 강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일하면서 프리랜서도 병행하는 지인을 보면 일감이 꾸준히 들어오는 편이다.
그리고 서비스 회사나 대기업의 프론트엔드 개발자는 당연히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내가 경험한 회사와 내가 느낀 시장이 전부는 아니다.
다만 내가 직접 경험한 환경에서는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점점 애매한 포지션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퍼블리싱과 개발의 중간쯤에서 일을 하고, 데이터를 받아 화면에 뿌리는 업무가 중심이 되는 경우도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DB나 서버에 대한 이해 없이 프론트엔드만 하는 개발자가 다른 직군보다 확실히 높은 대우를 받기는 쉽지 않다고 느꼈다.
그리고 AI의 발전을 보면서 이런 생각은 더 강해졌다.
예전에는 어느 정도 개발자가 직접 해야 했던 퍼블리싱이나 단순 UI 구현은 AI를 활용하면 진입장벽이 계속 낮아질 것 같았다.
비전공자의 프론트엔드 진입도 비교적 쉬운 편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좋은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되는 것과 프론트엔드에 진입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깊게 들어가면 JavaScript부터 브라우저, 렌더링, 성능, 상태 관리, 프레임워크 등 공부할 것도 많다.
다만 나는 다른 고민이 있었다.
나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면서 운영체제, 네트워크, 데이터베이스, 자료구조, 알고리즘 등 여러 분야를 배웠다.
정처기나 SQLD를 준비하면서 다시 이런 내용들을 공부하다 보니, 내가 그동안 배운 것들을 프론트엔드라는 한 분야에만 쏟는 게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정처기나 SQLD를 취득한다고 특별해지는건 아니다 거의 뭐 국민자격증인 정처기와 SQLD. .
암튼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계속 성장하려면 결국 프론트엔드 자체에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JavaScript와 프레임워크를 깊게 파고들고, 웹 브라우저의 동작이나 성능 최적화 같은 부분까지 공부해야 한다.
그런데 나는 그 방향으로 몇 년을 더 투자하고 싶은지 확신이 없었다.
오히려 데이터베이스나 서버, 네트워크 같은 영역까지 폭넓게 이해하고 있는 것이 나에게는 더 큰 장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진 IT 지식을 굳이 프론트엔드 하나에만 몰아야 할까?'
이 질문이 퇴사를 결정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다시 생각하게 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다.
2.6년 차, 결국 퇴사했다
그렇게 2.6년 차에 퇴사했다.
퇴사하고 처음에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부터 공부했다.
그런데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려니까 진심으로 너무 가기 싫었다.
이거 할 시간에 스프링 배우는게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이당시에는 공시 vs 백엔드 개발 vs 앱 개발 vs 프리 이런 생각으로 매일매일을 보냈다.
앱 개발이나 스팀 게임 개발로 대박나면 다 안해도 되는거 아닌가? 이딴 쓰레기같은 생각도 했다. 하하
뉴스를 보면 AI 때문에 개발자가 없어질 거라는 이야기부터 개발자 취업이 어렵다는 이야기까지 계속 나오고 있었다.
괜히 불안해지기도 했다.
그래서 두 번째로 해본 것이 AI 바이브 코딩이었다.
직접 앱을 하나 만들어봤다.
AI를 이용하면 확실히 빠르게 만들 수 있었다.
그런데 막상 제대로 된 서비스를 만들려고 하니 기획, 디자인, 개발, 보안 검수 등에 생각보다 엄청난 시간이 들어갔다.
결국 이것도 중단했다.
그리고 다시 생각해봤다.
'나는 결국 뭘 원하는 거지?'
결국 내가 원하는 건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는 네임밸류가 있고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고 싶었다.
개발 자체가 재미없어서가 아니다.
그렇다고 프론트엔드가 싫어진 것도 아니다.
그냥 내가 앞으로 몇 년을 투자해서 얻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니, 내가 원하는 방향과 프론트엔드 개발자로서의 커리어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소 늦었지만 SQLD도 준비했고, 정보처리기사 공부도 다시 시작했다.
개발자로서 프레임워크 하나를 더 깊게 파는 것보다 컴퓨터 일반, 데이터베이스, CS 같은 기초를 다시 공부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리고 지금은 NCS와 코딩 테스트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
지금은 금융·은행권 IT를 보고 있다
현재 목표는 금융·은행권이다.
특히 개발 그 자체로 굴러가는 회사보다는 IT가 핵심 사업은 아니더라도 좋은 도메인을 가진 기업에 관심이 생겼다.
결국 나는 지금
'어떤 기술을 쓰는 회사인가?'
보다
'어떤 산업에 속해 있고, 그 산업은 돈을 잘 버는 산업인가'
를 더 중요하게 보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의 생각이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지는 모르겠다.
몇 년 뒤에는 다시 개발이 하고 싶어질 수도 있고, 다시 프론트엔드로 돌아갈 수도 있다.
사람 생각은 계속 바뀌니까.
그래서 지금의 결론을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다만 오늘의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돈을 잘 벌고, 안정적이고, 네임밸류가 있는 도메인에서 일하는 것이 지금은 가장 중요하다.
개발자로서 가장 높은 수준에 올라가는 것보다, 내가 가진 IT 역량을 가지고 좋은 도메인에 들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는 금융·은행권 IT 취업을 목표로 다시 달려볼 생각이다.
잘 풀리지 않으면 금융 도메인SI부터 해볼 생각도 있다.
그렇게 되면 자바와 스프링 DB에 비중을 더 실어야 하기에 ncs랑 전공은 두고 가게 될 수도 있다.
2.6년의 프론트엔드 경력을 버리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완전히 버리는 건 아닌 것 같다.
두 회사를 경험했기 때문에 내가 어떤 환경을 싫어하는지 알게 됐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예전보다 명확해졌다.
처음에는 그냥 빨리 취업하고 싶었다.
그다음에는 예쁜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싶었다.
지금은 좋은 회사, 좋은 도메인, 그리고 안정적인 커리어를 원한다.
앞으로 또 생각이 바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일단은 오늘의 생각을 기록해둔다.
2026.08.23